<봇>은 십대와 친근한 공간 '피시방'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인물 설정, 극 진행, 공간 활용 등 낭비 없는 극작술에 호감이 간다. 이 작품은 '청소년극'이라는 관점에서 보기에는 많은 경계선상에 놓여있다. 십대가 등장하긴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비정규직 알바현실의 비애가 더 드러난다거나 반전을 위한 반전 구조 속에서 주제의식이 흐려지기도 한다. 영화 '트루먼 쇼'나 '블레이드 러너' 같은 시스템에 붙잡힌 부조리한 현실은 이미 많이 본 테마이기도 하다.
그러나 극 안에 담은 십대의 고립감과 내면 토로, 아비살해욕구, 그로인한 폭력해소 방식의 개연성 등에 선자들은 주목했다. 그리고 이러한 정서가 어떻게 무대화 될 것인가 하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청소년극이라 해서 표면적인 생생함을 담아내기 위해 거친 언어를 동원한다거나 하지 않은, 대사를 다루는 방식도 선자들의 호감을 샀다.
십대의 정신적 혼란과 몽상에서 비롯되는 극적구조와 시각적 효과, 이를 '피시방'이라는 일상공간에서 연극적인 환상으로 그려낼 수 있다는 매력에 모호한 주제의식, 반전을 위한 반전 등의 뚜렷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당선작으로 밀어 올린다. 부디 <봇>이 무대 위 '다시 쓰기'를 통해 청소년극을 다양하게 정의할만한 새로운 모델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심사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