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김희진
밤이면 과수원의 나무들 목쉰 울음소리가 들린다
마을잔치가 끝난 앞마당
덜 익은 사과알이 광기처럼 빛난다
철창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놈들
단내를 뚝뚝 흘리며 노려보는 어둠에는
어미에게서 떨어지던 날의 첫 매질이 있다
목에 매인 쇠줄이 찰그랑 거릴 때
아직 견뎌야 할 참혹이 있다는 것
죽지 않고는 벗어날 수 없는 몸이 서로에게 이를 드러낸다
나방떼처럼 모여든 사내들이 던진 판돈에서
누린내가 번지는 밤
이빨자국마다 돋아나는 사과꽃 향기는
열매 맺을 수 없는 상처를 갖고 있다
내걸을 판돈 하나 없이 태어나
썩은 나무둥치처럼 비루한 아이들이
사내들 틈을 비집고 막걸리를 판다
누군가 죽지 않고는 끝나지 않는 장사
나무들이 뿌리를 비틀며 지켜보는 밤의 투견장에서
아이들은 죽어가는 개의 숨통을 끊는 자비를 배운다
한바탕 목쉰 울음을 운 다음날이면
사과알은 한마디씩 자란다
어둠 속에서 형형한 눈빛들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