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학로, 시모키타자와

서울의 소극장 메카 대학로가 있다면, 도쿄에는 시모키타자와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도쿄의 남서쪽에 위치한 시모키타자와(下北沢)는 시부야 도심에서 떨어진 시타마치(下町; 낙후된 뒷거리, 뒷골목)였는데, 최근에 와서 한국음식점이나 한국풍의 카페가 생기고나서부터 젊은이들의 활기를 되찾았다. 지금은 500엔짜리 코리안 핫도그와 아기자기한 한국풍의 빙수를 먹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선다.
시모키타자와는 80년대부터 연극인을 비롯한 아티스트들이 모이는 거리의 역할을 담당했다. 도시 중심부로 진출하기에는 돈이 없었던 예술가들이 모여 좁고 냄새나는 카페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것이 그 출발점이다.
혼다 그룹의 시작

특히 그중에서도 홋카이도 출신의 혼다 카즈오(本多一夫)은 열아홉살 때 도쿄로 상경해, 이 뒷골목에서 작은 극장을 차렸는데 이것이 이후 혼다 극장(本多劇場)의 초석이 된다. 현재는 아들 혼다 신이치로가 지배인이 되어 혼다극장 그룹을 관리하고 있다. 2018년에 발간된 그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자세한 뒷배경을 살펴볼 수 있다. <https://www.amazon.co.jp/%E3%80%8C%E6%BC%94%E5%8A%87%E3%81%AE%E8%A1%97%E3%80%8D%E3%82%92%E3%81%A4%E3%81%8F%E3%81%A3%E3%81%9F%E7%94%B7-%E6%9C%AC%E5%A4%9A%E4%B8%80%E5%A4%AB%E3%81%A8%E4%B8%8B%E5%8C%97%E6%B2%A2-%E6%9C%AC%E5%A4%9A%E4%B8%80%E5%A4%AB/dp/4835638492>
시작은 미약했으나 혼다 극장은 80년대 소극장 연극의 중심이 되어, 총 8개에 달하는 극장(혼다극장, 더 스즈나리, 에키마에극장, OFFOFF 씨어터, 「극」 소극장, 소극장 낙원, 씨어터 711, 소극장 B1)을 운영하는 혼다 그룹을 결성되기까지 이른다.내가 방문한 더 스즈나리 또한 혼다 계열의 극장 중 하나이다.
쇼와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간판과 허름한 건물, 삐걱거리는 계단이 그때 그시절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당일은 연출가와의 애프터 토크가 있었기에 약 60석이 채 안되는 좌석이 만석이었다. 무대는 한국어와 일본어, 두 가지 언어가 공존하며, 어느 시대에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만주전선’으로 관객들을 이끌었다. 마지막 순간에 굉음과 함께 벽이 허물어지며 드러난 붉은 욱일기는 그곳에 모인 많은 이들의 눈에 오래도록 잔상이 남았을 것이다.
직접 배우로 출연한 영어, 일본어, 한국어 3개 국어에 능통한 명화 배우(みょんふぁ)가 일본어 통역을 맡아 박근형 연출의 애프터 토크가 진행되었는데, 일본인 관객들 사이에서 나온 질문들이 매우 흥미로웠다. 다양한 연령대 가운데에서도 실제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들이 훨씬 많았는데, 이들이 받아들이는 ‘전쟁’과 ‘역사’의 경험이라는 것은 같은 세대의 한국인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실감케 해주었다.




1990년부터 매년 2월마다 <지역에 뿌리내린 수제 연극제~地域に根ざした手作りの演劇祭~>라는 테마로 ‘시모키타자와 연극제’가 열린다. 이것을 주최하는 것도 혼다 극장이며, 지역의 특징을 살려 각종 거리 이벤트와 공연이 열리는 축제 기간이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2020년 축제운영은 중지되었다)
혼다극장 홈페이지: https://www.honda-theater.com/
시모키타자와 연극제 홈페이지: https://shimokita-engekisai.wixsite.com/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