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일본에서의 첫 관극, 코마바아고라극장 こまばアゴラ劇場 Komaba Agora Theatre at Tokyo

일본 도쿄에는 천 이백 여 개의 크고 작은 극장들이 모여있는 문화도시이다. (2020년 7월 기준, 도쿄도 생활문화국 홈페이지 참조 (https://www.seikatubunka.metro.tokyo.lg.jp/bunka/bunka_seisaku/0000001271.html)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국공립 시설에서 민간, 아마추어 단체에 이르기까지 매일밤 수백 여 개에 달하는 공연이 극장의 불을 밝혔다. 동경에 도착해서 내가 찾은 제일 첫 번째 극장은, 도심 시부야역에서 2km 정도 거리에 떨어진 ‘코마바아고라극장'(こまばアゴラ劇場)이다.

조용한 연극의 탄생지

코마바아고라극장

세계적인 명문대라 자부하는 동경대(東京大学)의 본 캠퍼스라 하면 도쿄의 우에노(上野) 쪽에 위치한 혼고 캠퍼스로 알려져 있지만, 이과생들의 연구와 교양 수업이 이루어지는 곳은 메구로구(目黒区)에 속해있는 코마바 동경대 캠퍼스이다. 캠퍼스 바로 앞에는 게이오 전철 이노가시라선인 코마다동대앞역(駒場東大前駅, 코마바 토다이마에 에키)이 있다. 이곳에서 내려 대학과는 정반대쪽 출구로 향하게 되면 일반 주택가가 나오는데, 언뜻 평온해 보이는 마을 한가운데에 코마바아고라극장이 그 모습을 감추고 있다.

본 극장은 일본의 ‘조용한 연극’의 선구자로 알려진 극단 청년단의 주최이자 극작가 겸 연출가인 히라타 오리자(平田オリザ)이 설립한 극장이다. 1984년도에 영화관과 극장 대관용 시설로 처음 쓰이다가, 2003년부터 전 공연을 〈고마바아고라 프로듀스〉 시스템으로 정착시킨다. 예술감독 히라타 오리자는 이곳에서 “극장을 통한 젊은 극단을 지원한다”라는 취지 아래, 2000년대 초반부터 젊은 연극인과 신진 연극 단체 양성의 계승에 주력하고 있다.

고마바토다이마에 역 (동쪽 출구)

히라타 오리자와 청년단

극단 미나모자(ミナモザ)의 <Ten Commandments> 공연
당일 공연표

나는 극단 미나모자의 신작 <Ten Commandments>를 관극했다. (공연정보 : http://www.komaba-agora.com/play/4990)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이과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점은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며, 각 개인의 이야기를 단편적인 이미지들로 연결시킨 작품이다.

극장 앞에는 당일 공연 포스터와 공연 시간 등이 게시되어 있으며, <오늘, 일본어 자막이 있습니다>라는 공고가 붙어 있다. 코마바아고라 극장은 외국인 관람객들의 방문도 적지 않은 편이므로, 일본어/영어/프랑스어 등의 자막이 추가된 공연으로 관극이 가능하다.

극중 내가 받은 편지

극의 중반 즈음에 자신의 미래의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를 배우가 낭독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그 편지를 자신의 양복 주머니에 넣으려다가 말고 앞에 있는 관객에게 건네주는데, 공교롭게도 내가 그 편지를 받았다. 편지의 제목은 <まだ見ぬ妻へ>, 즉 <아직 만나지 못한 아내에게>라는 뜻이다. 본 극장은 60석 규모의 소극장으로, 배우와 관객 사이에 현장감을 중시하는 무대가 많으며 이 공연 또한 그러했다.

원자력과 공존하는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자들의 목소리가 작은 공간에 울려퍼진 한 시간 이십 여 분 가량의 시간이 흐르고, 바깥을 빠져나오자 그곳은 평범한 주택가였다. 앞으로 오래도록 이곳을 찾아오게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코마바 아고라 극장과 히라타 오리자, 조용한 연극에 관한 글은 이후 업데이트될 예정에 있다.

코마바 아고라 극장 홈페이지(http://www.komaba-ago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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